2013/05/31

오랜만의 SF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 - 나는 이 영화의 철학,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대부분의 해외영화를 다른 나라보다 늦게 상영을 시작한다.
내가 보고 싶어하던 영화들이 다른 나라의 개봉소식을 듣고도 2달은 있어야
일본에서 개봉을 하니까.

다만, 다행인 것이라면 영화관의 영화들은 더빙을 하지않고 자막처리를 하기 때문에
대충 알아듣는 영어라 하더라도,
영화관에서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빙을 하던 독일과 달리.... ㅠ.ㅠ)

덕분에 나는 어제 세번째로 일본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첫번째는 한국영화였던 '광해'(일본 제목: 왕이 된 남자), 
두번째는 단순 액션영화인 '아이런맨3' - 3D,
그리고 세번째는 톰크루즈가 나오는 SF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이였다.

사실, 광해는 한국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별 생각없이 선택했었고(만족스러운 영화이기도...)
아이런맨은 친구들과 봤더니 재미있었고,
오블리비언은 두 달 전부터 보고 싶었던 것을 기다려서 보게된거라 기대감이 무척 컸다고 할 수 있다.

*** 질문과 감상에 촛점을 두고 적다보니.. 스포일러 포함되어있음. ****





















우선 오블리비언의 예고편부터 보았지만,
전혀 본 영화의 내용을 알게 해주는 정보가 없었기에 잘 만든 예고편이 아니였을까 싶다. (대부분 액션영화는 예고편이 다니까).

또한 화려한 영상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 아닐까?

하지만 스토리상으로 보면 한 두 가지 질문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였다.
1. 왜 외계인은 굳이 지구인을 지구 침략의  도구로 사용하였을까? 복제에, 인간사회성에 대한 파악, 그리고 지구인을 위한 시나리오 제작과 비디오 영상 제작까지 다 해야 하잖아!
2. 그리고 왜 본부로 지구인(줄리아)을 데려오라고 지시를 내렸을까? (전혀 데려오라고 할 필요가 없는 듯 싶은데)
3.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송신되던 '신호'는 뭐지? 타이탄 탐사선(줄리아)을 부르는 거였는지 아닌지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4. 2017년이면 겨우 4년 뒤인데, 그 때 타이탄 탐사 유인왕복우주선이 가능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이후(2030-2040년 즈음?)로 잡아도 됐을텐데.

과학철학 측면에서 역시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하는데,
1. 생체 복제가 기억복제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나는 가능성 제로라고 생각하는데.
기억도 복제되었다면, 굳이 외계인이 기억을 복제해서 주입할 이유가 있었을까?
2. 본체의 기억의 일부가 함께 있고, 유전자가 동일하다고 해서, '같은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난 '아니요'라고 결부짓는다. 나에게 있어 인간성은 기억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일란성 쌍둥이를 '너희는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기억이 다르며, 사회적인 관계가 다르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를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 둘의 눈물은 서로 전혀 다른 의미의 것이 아니던가?
과연 중간의 '가슴아프게 슬픈' 공유기억이 없는 사람이라도 '넌 같은 사람'이라며 마냥 기뻐할 수 있을까? 복제인간이 서로를(본체를 포함) 대신 할 수 있다면... 각 개체는 '부활'의 교체 개념까지도 가능한 존재가 된다.


나에게는 오블리비언이 과학철학측면에서, 복제인간에 대해 상당히 다른 견해를 피력하려는 영화라고 보여진다.각 개체에 대해.... 그들이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재로 접근했다. 그럴 경우, 사실 이들은 어떤 이유로든, '죽음'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불사'의 존재로서도 그려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잭은 죽음을 불사르지만- 또다른 복제된 잭이 나타나 그의 존재를 '동일한 존재'로서 이어가니까)
아휴. 이거 위험한 생각아닌가. 각 복제인간을 다른 '인간'으로 본 것이 아니라, 동일한 사람으로 바라보다니.

복제인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대해,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접근이긴 하다만,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고 한 참 생각에 잠기게 된 듯 싶다.

2013/05/29

제대로 알고 말해! - 다른 이의 '국가'에 본인이 만든 '고정관념'을 씌우지 말자.

저번 주부터 갑자기 일본의 고양이카페에 가보고 싶어졌었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도 좀 생기는가싶다가 조용해졌었지..아마? (아직도 있나?)
한번도 가본 적이 없기에,
그러면서도 혼자가도 괜찮은 곳이기에
친구에게 물어물어 어디에 있는지, 어느시간에 가면 좋은지까지 알아두었었다.
그리고 가장 가깝지만 작은 고양이카페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큰 고양이카페에 함 가보려고 벼르는 와중....

문득, 흥미로운 것이 생길때 마다, 나에게 같이 가겠냐고 물어봐주던 영국인 친구가 생각났다.
그래서 같이 갈까 싶어져서 메일을 보냈다.
'고양이 좋아해? 고양이 카페에 갈까- 생각중인데, 어때?'

그 친구에게 바로 답메일이 오는 거였다.
'한국인은 정말 다 먹는구나(?!??!)라고, 맨 처음에 생각했었다가,
고양이카페를 검색해본 뒤에야 네가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라는 거였다.

얼래.
뭐니.

고양이 카페에 고양이 먹으러(?) 가는 줄 알았나 보다.

그런데 나 좀 심사가 꼬였었다.
왜냐면, 고양이 먹으러 간들, 그게 왜 한국이랑 결부지어지는 건지 알지 못하겠고 (여긴 일본인데?), 내가 채식주의자(영국인 친구)에게 고기 먹으러 가자고 하지는 않을 게 아닌가!
고양이 카페가 뭔지 모르겠다면, 나에게 그냥 그게 뭐냐고 물어봐도 될텐데-그 친구는 사실 '한국=개고기 먹는 나라'라고 인식을 가진 터라(나와 두번째로 만났을 때였던가? '한국은 개고기 먹는다며?'라는 질문을 했던 걸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_-), 아무래도 지레짐작을 하던 것 같았다.
그래도 좀 아니꼬왔을 뿐이니까-
장난으로 받아들여서 '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하네~'라며 답장을 보냈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나는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다가, 그 친구에게 완전 심통이 나버리게 되었다.
'한국인의 고양이카페 초대에, 순간적으로 경고음이 울렸다'라고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해놓은게 아닌가?!?!

아니, 뭐야- 진짜. 이게 농담이냐?! 나라의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 한 번 대단하구나!

같은 영국인이든, 유럽이나 일본인같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려고 네가 작정을했구나...!!!!!!!!

나는 완전 기분이 뒤틀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내가 왜 화났는지는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왜 이런 글을 썼냐고, 우리나라 식문화에 대해 잘 모르면서 다른 사람들이 얘기해준것을 통해 고정관념 만든 듯 싶어 유감이라고 메세지를 보냈었다.
영국인 친구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영국식의 농담일 뿐이라는 거였다.
그러나 내가 바빠서 답장을 못쓰는 동안, 그 친구는 자신의 포스팅을 지워버렸다.

휴.. 나는 그 친구가 그 포스팅을 지웠다는 것에 마음이 좀 편해진다.

사실 이 친구만 그런게 아니다.
나도 가끔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가끔 실수를 저지른다.
잘 모르면서, 대충 들은 것으로 '저 나라는 다 먹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보니,
상대의 말을 다른 의미로 이해하는 실수 말이다.

2013/05/25

Kagoshima and Yakushima





하네다에서 가고시마까지 비행기를 타고가서 배를 타고 야쿠시마에 들어갔었다.

큐슈와 오키나와 사이에 있는 야쿠시마는 일본내에서 꽤 유명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은 방문해보지 못한 곳인 듯 싶었다.
야쿠시마에 다녀왔다고 하니, 다들 놀라던 눈치였으니!

그만할만한 것이-
야쿠시마는 세계자연유산지로 지정되어 그 자연이 매우 잘 보존되고 있는 버스로 약 2시간 정도 돌아야 한바퀴를 돌 수 있는 큰 섬이기 때문이였다.
쿠로시오 난류가 휘감고 지나가는 자리에 위치한 덕분에 일년 중 절반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비가 오지 않더라도 해발고도 2,000 m가량의 산은 대부분의 시간이 안개에 휩싸여있다.
높은 습도로 인해, 1000년넘는 고목들은 이끼로 덮여있고, 밀림을 방불케할 정도로 숲은 죽은고목들위로 새로운 나무들이 덩굴처럼 얽혀 고요한 듯,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실 덕분에 이 섬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인 '모노노케히메'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사진은 가고시마 시내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차 (160엔 고정요금)도 다니는 옛날풍의 도시.


항구 너머로는 현재 활발하게 화산 활동중인;; 사쿠라지마가 보인다.
흐린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른편의 산꼭대기로 황산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쿠라지마의 활화산에서는 가고시마 시내까지도 화산재를 뿌리고 있다.









가고시마항구에서 야쿠시마까지 약 4시간 배를 타고 들어는 길에는 사쿠라지마의 뒷편에 위치한 분화구의 연기를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데,





망원렌즈로 찍었더니,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까지도 볼 수 있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야쿠시마라서 그런지, 야쿠시마 항구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주룩~ 열지어 있다.
먼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계속 야쿠시마로 이어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 섬에는 관광사업이 섬의 경제에 큰 위치를 차지할 것임이 분명했다.

 섬 특산물 중 하나인 날치회를 먹어보다가, 버스를 놓치느 바람에... -_-;;;
항구에서 약 1시간 반을 빈둥거리며 버스를 기다려야했다.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자주 있지 않으므로 시간을 잘 알아봐야 할 듯.)


한적한 항구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작은 항구와 매우 비슷한 분위기.
















섬의 서쪽 귀퉁이 해변에 위치한 숙소는 꽤 아름다운 곳이였다.
아주 거친 모래사장이 있는 해안가였는데,
마침 뜻하지 않은 귀한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이 해안은 북태평양지역에서 단 하나 남은 바다거북 산란지역이라는 것이였다.
야쿠시마에 들어가는 배 위에서 여행책자를 읽으며 '혹시'라며 생각하던 것이...
5월 16일부터 6월 초까지 실제로 바다거북들이 매일밤마다 야쿠시마 해안에 올라와 산란을 하고 바다로 돌아간뒤, 7-8월이 되면 부화한 바다거북 새끼들이 바다에 돌아가는 볼 수 있다는 것이였다.

기간이 맞아 떨어지면서 가이드와 함께 바다거북을 살펴보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매일 밤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숙소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약 800 yen을 지불하면, 바다거북 수효를 조사하는 사람들의 무리의 도움으로 바다거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행사는 내 기대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어서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내 기대치라면, 바다거북을 한 번 보는 것이였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감동에 휩싸일것임이 분명했고, 가이드는 온갖 주의사항들을 나열했기에, 산란을 위해 올라온 바다거북을 매우 조심스럽게 한 번 보고 돌아가는 일정이 될 것으로 기대하게 되었던 듯 싶다.

그러나 실제는 한 번 보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였다. 바다 거북을 발견했다는 무선 메세지에, 가이드가 약 50여명의 관광객을 이끌고 '조용히'라며 현장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92cm 짜리 대형 바다거북이가 구덩이를 파서 알을 낳고 있는 곳이였다. 한 바퀴 휘 돌며 (거북이의 뒷편으로) 한 사람, 한 사람 구덩이와 알을 낳는 현장을 보는 것으로 이미 감동이 깊어져서 '돌아가겠거니'했는데....
으음...? 안돌아가고 사람들을 바다거북 주위로 부르는게 아닌가?
바다거북이가  불빛에 민감하다고 극구 주의를 늘여놨었는데...
알을 낳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계속 노출시키며, 가끔은 바다거북의 머리까지 손전등으로 비추는 가이드의 모습에 나는 좀 깜짝 놀랐었다.
과연 ... 이런 행사에 '민감하다고 하는' 바다거북이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어쨌든, 이 행사는 바다거북이 산란을 마치고, 약 50cm 깊이의 구덩이를 뒷 지느러미(? 뒷발이라고 해야하나?)로 메운뒤 바다로 돌아가는 모습까지 보며 마무리를 짓는 일정이였다.
조사위원들은 돌아가는 바다거북의 뒷지느러미에 택을 달았다. 멸종위기종이니, 그 수를 헤아리려는 것 같았다만, 정확한 용도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3일 일정의 터프한 하이킹을 시작했다!!
3일간 무인산장에서 머물며 세계자연문화유산지역을 가로지르는 일정이였다.











하이킹은...
사실 매우 많이 힘들었다.

3일의 하이킹 중 2일 내내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산 정상(해발 2,000 미터)에서는 강풍까지!
비는 옆으로 산을 타고 불어내렸다.
방수 자켓과 바지, 등산화에 방수 가방과 비닐봉지로 가방안의 물건들을 싸맺건만.... 결국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버려서 약 8 kg의 배낭의 무게는 10 kg까지도 되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식수와 음식, 버너와 가스, 그리고 침낭과 매트까지 챙겨가야 했기 때문)
산은 무척 험해서 '등산로' 표지가 ....... 나무로 뒤덮여 있어서 나무 하나 놓인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거나, 밧줄을 타고 암벽등반하듯 오르내리는 구간들이 수시로 나타났고, 습지까지 곳곳에서 나타나 이건...
그 어떤 다른 등산들보다도 매우 험난했다.
-_-

이건...........
휴가가 아니라,
해병대 병영체험을 한 듯 한....... -_-;;;;;;;;;

쿠로시오 난류로 인해, 수온이 30도 까지도 오르는 해역이다보니... 수증기 공급이 매우 활발한 듯 싶었다. 그래서 해안에서는 '안개' 혹은 약간의 구름에 불과하더라도
산을 타고 공기가 오르면서, 산 정상과 계곡 등지는 대부분 안개나 안개비 혹은 비를 항상 품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탓에 대부분의 야쿠시마에 방문한 관광객들의 사진은 안개에 덮여있던 것인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지막 하이킹 날에는 드디어 햇빛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섬에 흔하게 존재한다는 야생 사슴과 원숭이들도 볼 수 있었으니! :)

럭키!





하이킹을 마친 뒤,
사실 온 몸이 다 뻐근하고 비에 젖은 온갖 물건들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야쿠시마에서 가고시마로 돌아가는 뱃머리.....
야쿠시마의 모습이 멀어질수록,
평생남을 기억이 될 장소임을 깨닫게 된다.





아래의 사진들 부터는 가고시마 항구...

- 드디어 문명의 세계에 돌아왔다.








대전 생활 1년

14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2년 6월부터 대전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대전에 도착한 한 달 동안은 마치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였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대전이 낯설다. 이 낯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