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9

棒ノ折山 (ぼうのおれやま) Bounooreyama - 도쿄 근처 산행기

벌써 한 달 전의 일이다.
올해의 첫, 도쿄 근교 산행에 올랐었었다.
낮이면 따뜻한 햇살이 쬐이기에 산행해도 되겠거니-라며 내가 사는 곳에서 편도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산에 다녀왔었다.

그러나, 3월은 아직... 산행의 시작으로는 좀 이른듯 싶었으니-
한 중턱부터이어지던 '눈길'이 지난 겨울 폭설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도하지않게 초봄의 '설산(?)'을 오르게 되었으니.....








뭐, 여기까지는
봄의 산이로구나- 싶다.
산을 앞에 둔 저수지를 지나 산행로 입구에 접어들었다.


뭔가 주의하라고 적혀있으나,
잘 모르겠어서  '금지'가 아니라 '주의'니까-라며 오르기 시작했다.


응달인 곳에서는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었다.
허나, 이건 이번 산행의 시작일때의 인상이였을 뿐-
이 산행에서 눈을 그렇게 많이 볼 줄은 몰랐었지....-_-;;





산행길의 계곡물이 나는 참 좋아서
이번 산행길이 유난히 마음에 들었었다.

룰루랄라-오르면서 점차 눈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에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눈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여서 산행을 계속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 산행은 많이 위험했던 듯 싶다.
이 산행길은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였는데,
계곡 전체가 눈이 2 m는 족히 되어보이는 깊이로 쌓여 얼음길을 만들어버렸기 때문이였다.
다른 등산자들 모두 계곡의 그 얼음길 위로 걸어다니다보니, 눈 위로 깊게 패인 발자국들이 산행로를 보여준다.



나름 신선한 발자국들이 보여서 조심조심 그 발자국을 따라가는데...
우와왁.

나는 순간순간 깜짝놀랐었다.




저 사진의 구덩이는 눈/얼음 층이 계곡바닥으로 훅 뚫려있는 구멍이다.
얼음층 아래로 계곡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서 더 으시시하다!
간간히 발자국들이 1미터는 푹 떨어지는 구멍들이 있는 걸 봐서는 먼저 지난 사람들이
발디딘 곳이 푹 꺼져버리는 위치였던 모양이였으니까.





이렇게 계곡물이 흐르고 있는 곳에...



위로 눈이 계속 쌓여
단단한 얼음층을 만든 것이였다.
계곡 물이 깊은 것은 아니라서 빠진다고 큰일 나는 것은 아닐 듯 싶었다만,
떨어지는 것이 좀 겁나서 여기에서부터는 조심히 살펴보며 오르기 시작했었다.








저 나무 높이만큼 눈이 쌓여있는 것이였다.
실제 산행로는 이 눈얼음층 아래에 있다.

두꺼운 얼음층이라지만,
사람들도 그 위를 지나다니고 있다만,
나는 이 두꺼운 얼음층 아래로 들리는 계곡물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는 사실에
모험심에 충만해져서 신나다가도, 괜히 더 조심하게 되었었다.












산 중턱에 마련된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폭삭 주저앉아버렸다.
폭설탓이렸다....
아무래도 아직 산행길은 이번 겨울 이후, 보수/유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이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정상에 올랐고,
여럿의 등산객들 틈에서 나도 점심으로 컵라면을 끓여먹고 (아!! 평소에는 싫어하는 컵라면이 추운 산정상에서는 이렇게 맛나구나!)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숨을 돌리며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흔적은 도쿄려니 싶어지고...



유난히 좋은 날씨에 선명하게 떠있는 한 점 구름이
바로 아래로 선명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아직 군데군데 눈이 덮여
봄의 산 보다는 겨울 산의 풍치를 보게 되었던 3월, 올해의 첫 산행.

다음 산행은 완연히 날씨가 따뜻해진 5월 즈음으로 생각하며-
산길을 내려왔다.
아...
요즘 나는 산행이 참 좋다.
산행은 혼자하면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_-;;;;
이거.. 하면 할수록 이전에는 모르던 산행의 재미를 알게 되는 듯 싶다.
혼자 다니다보니, 좀 더 주변을 살펴보게 되고,
지도를 보며 루트를 찾고,
어떻게 접근할지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갑자기 '내일은 산행을 해볼까?'라며 전날 밤 책을 뒤적여서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는 자유로움이
내 스트레스지수를 확연히 내려주는 효과를 갖고 있음을 깨닳으면서부터다.
일에 대해 즐거움도 있긴하다만- 긴장감을 더 많이 갖는 나로서는 이렇게 몸으로 뭔가 활동하는 것이 긴장감 조절에 큰 도움을 주는구나.





2014/04/18

근처의 벚꽃

벌써 저번달 말이구나!
일본 도쿄 근처인 이곳에서는 3월 마지막 주가 벚꽃이 가장 만개할 때였다.
멀리가기는 귀찮아서 동네를 다니며 찍었던 벚꽃 사진들.....

일본에서는 역시나 사람들의 벚꽃 사랑이 대단해서,
벚꽃이 절정에 이르는 한 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은 곳곳에서 '꽃보기(おはなみ)'라는 이름으로 돋자리 깔고 가족/친구 등등이 여기저기 곳곳에 자리잡고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원에서는 밤 늦게까지 술마시고 고기구워먹으며 흥을 누리는 모양인데,
나는 집에만 있다보니, 진정한 일본식 꽃놀이는 아직 해보지 못했네.
사실, 그냥 꽃구경하며 친구들과 수다떨고 술 한잔 하는 거지-싶어서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던 것이 크다만. -_-;;;;;;




















2014/04/17

한국에서 들려오는 비보를 보면서




대형 제주행 페리가 2시간만에 가라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선장이 입을 열어야 할테고-
현재로서는 300명의 실종자들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만 뉴스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데,
사고 시점에서 만 하루가 훌쩍 지나버린 현재로서, 10도가량의 찬 물속에서 과연 생존자가 있을 수 있을까?
나쁜 날씨와 빠른 물살에 구조대는 진입을 하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상황을 더욱 심란하게 만드는 사실은, 고등학교 수학여행단이 승객이였다는 점이다.
객관적인 사실의 뉴스만 볼 때는 몰랐는데-
학생들이 마지막 순간에 주고받았다는 카톡 메세지들까지 나오면서는
감정적인 부분들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였다.
"죽을지도 몰라"라고 적혀있던 메세지.. 귀여운 카톡 글씨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런 글을 친구나 자식에게서 받으며, 정말 죽는다는 것인지 실감없이 얘가 왜이러나-했을 것만 같아서 더 마음이 쓰리다.

문득 기억난다.
어린시절에 영화관에서 타이타닉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그래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영화의 장면은...
주인공이 아니였다.
내가 가장 마음아프게 느꼈던 것은,
사람들-
두동강 나는 뱃머리를 붙들고 살고자 울부짓던 수백의 보통 사람들이였다.
망망한 대양, 얼어붙는 차가운 얼음물..
그 모습이 나는 그렇게 공포스러우면서도 슬펐던 것이였다.

이번 페리의 사고를 보면서 떠올리게 되는 것이 타이타닉이였다.
그리고 나의 수학여행 때를 떠올리며 감정이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생존자가 많기를 바란다는 메세지들이 고맙다.
그러나 만 하루가 지나버린 지금,
한국에서의 뉴스에서는 여전히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고 하니까
희망은 거의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가족과 친구를 잃은 화는 누가 받아 줄 것이냐.

대전 생활 1년

14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2년 6월부터 대전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대전에 도착한 한 달 동안은 마치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였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대전이 낯설다. 이 낯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