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4

Sapporo Snow Festival 삿포로 눈축제 2015.2.05-11


나에게 '삿포로 눈축제'라하면,
작년 도쿄 대폭설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http://beebop-v2.blogspot.jp/2014/02/40.html?view=timeslide).

큰 기대가 산산히 부서질 뿐 아니라, 32시간을 길에서 추위에 떨며 보내야 했던 그 악몽같았던  주말 이틀 이후....
홋카이도는 나에게 '그닥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는, 좀 더 분명히 하자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트라우마의 장소가 되어버렸었다.

진정 홋카이도를 즐기고 싶다면, '다음 삿포로 눈축제를 가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생겨난 것도 이때부터였다.
하나의 미션이자, 나의 날씨 트라우마를 종료시킬 해결책인 셈이였는데,
달리 말하자면, 집착이라 할 수 있다. 이 임무를 완성하기 전에는 홋카이도에 발을 디디고 싶지 않다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마침내, 일 년 후, 끈질긴 녀자인.... -_- 나는 드디어 그 임무를 완수해내고 말았다.
그리고 큰 집착에 대한 보상심리는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나는 홋카이도에 푹빠져서 돌아왔다.

자, 서문은 이정도로 하고
사진과 함께 약 5일간의 홋카이도 여행기를 이제 시작해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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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삿포로 눈축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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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축제는 삿포로 시내 총 세 곳에서 운영되는데, 중심은
Oodori라고 불리는 삿포로 시내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공원거리에 위치한다.



가장 인상적이였던 Star Wars 대형 눈조각상



필리핀에서 참여하여 만든 대형 성당 눈조각상 (실제 건물이 아닐지..?)











사자에상-이라는 제목의 일본만화 인물들을 보여주던 대형 조각상



나는 축제 개회일에 도착했었는데,
축제 개회일은 국제 눈조각대회의 시작일이기도 하다.
각 나라에서 참여한 팀들은 주어진 기간안에 (2-3일정도였던가..?)
자신들이 구상한 것을 구현해내야 한다.
위의 사진에서 제일 앞은 뉴질랜드 팀, 그 바로 뒤가 말레이시아 팀인 것으로보아,
천연 '눈'이 내리는 나라는 아닐지라도 상관없다.
완성된 조각상만 보는 것과는 달리, 매 시간, 형태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흥미로운 볼 거리가 아닐까 싶다.
(위의 사진은 시작일 오전, 아래의 사진은 같은 날 저녁)

(말레이시아 팀의 인디언의 포즈가 인상적이였다)






전문가들이 대형 조각상과 대회를 하는 동안,
삿포로 시민들도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 가로, 세로, 높이가 약 2-3m정도 되는 압축 눈덩이를, 듣기로는 수 일에 걸쳐, 조각한다고 하는데, 어설픈 듯 보이더라도, 전문가 뺨치도록 잘 만든 것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아래의 사진들은 그 일부)









('센과 치히로'의 가오나시를 기억하는지? ㅎㅎㅎ)


고층빌딩 사이로는 대형스키점프대가 설치되어
하루 두 세 차례 스키/스노보드 점프시연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오오도리의 축제장  동쪽 귀퉁이에는 TV타워가 위치해 있어서
약 한 시간 가량의 긴 줄을 기다리면 전망대에서 축제장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다만... 경사진 유리창, 좁은 공간, 뒤에서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삼각대를 꺼내들 엄두가 감히 들지 않았다...ㅠ.ㅠ)


낮에는 삿포로 시내 다른 곳을 돌아다니곤,
오후 늦게 조각상의 일루미네이션을 보러 같은 장소에 돌아왔다.



그리고 넓은 장소에 생각보다 적은 사람들 덕분에 나는 부담없이 삼각대를 장착할 수 있었다!















계속 바뀌는 색감이 인상적이였다고나 할까...





지나가는 길에 아래 사진을 찍었는데-
사실 이런 칸막이 음식시식대는 다른 나라에서는 결코 볼 일이 없을듯 싶다.
안면없는 사람들과 시식대를 같이 써도 민망하지 말라는 칸막이라니.
그 칸막이를 광고판으로도 겸용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전체적인 삿포로 눈축제는...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인지 몰라도,
'생각보다는 적은 사람들', 그리고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였다.
(한국에서는 도대체 왜 삿포로 눈축제를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라고 한 것인지, 통계 근거가 급 궁금하다.)

예를 들어, 도쿄 시내의 축제들이 훨씬 더 복잡하고 많은 이들이 모여들어 '축제'라 하는 기분을 흠껏 풍겨주었던 것이다.
삿포로 눈축제는, '축제'라 하기에는 조용하고, '미술관'이라 하기에는 시끄러운, 그 중간에 놓여있다.

내가 목요일, 개회일에 가서 그런것일까...? 주말이라면 다를까?
덕분에 장점이라면, 대형 눈조각상을 보는데 줄을 설 필요가 없으며, 스키 점프 시연도 시간맞춰가도 어려움없이 볼 수 있고, 음식을 사는 것도 큰 기다림없이 살 수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저기 들리던 한국어, 중국어, 영어, 불어, 알아들을 수 없는 다양한 언어들로 보아하니, 수많은 나라에서 눈축제를 보러왔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피규어스케이팅 수업,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에 일요일 하루 기분이 좋다


나의 일요일 아침 6시는 다른 어느때보다도 분주하다.
알람소리에 일어나
양치질하고 얼굴만 대충 씻고,
옷도 두 겹, 세 겹 껴입고,
장갑과 털모자까지 갖추고나면 준비완료가 된다.
그리고 나는 이내 10분 거리에 있는 실내 아이스링크를 찾아가는 것이다.

새벽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열리는 피규어스케이팅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내 일요일의 일과가 된지도 어언 2년이 되어간다.
졸음과 추위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곤하는데,
오늘만큼은 조금 다르다.

오늘은 처음으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으로부터...
'드디어' crossing을 제대로 해낸다고 칭찬을 들은게 아닌가!
와아~!
깐깐하신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들으니 여간 기쁜 것이 아니다.

어린시절부터 운동이라면 언제나 자신이 있었다.
체력장하면 언제나 1등급.
초등학생시절부터 고등학생때까지 학교대표 800m 선수로 지냈고,
쿵후, 태권도, 택견, 검도를 간간이 해왔다.
여러가지 운동의 시작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어찌보면 타고난 유연성과 감각덕분이 아니였을까 싶다.
그런데...! 피규어스케이팅은 연습을 해도, 해도, 뭔가 따라는 할 수 있어도, 다리와 신체의 모양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내가 어려워하던 무릎의 사용이 어린아이들은 너무 쉽게 해내는 것을 보며
유연성이 시간과 함께 까마득하게 떨어진 까닭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였다.

생각해보면, 무엇이든, 쉽게 시작은 할 수 있더라도, 잘 하게 되기까지는 무한반복이 중요한 것임을 참 여러가지들을 통해 절절하게 깨닫게 된다.
피규어스케이팅도 역시 마찮가지구나- 싶어지는 거지.
선생님은 참 우아하게 하시는데-
내가 하면 주춤주춤 엉거지춤.

그렇기에 작년 겨울부터, 열심히 하고는 있어도, 영 잘 안되던 crossing이
드디어 잘 되는 느낌을 받았고 선생님의 눈에도 띌정도였다는 것이 감동스러울수 없다.


+
일요일의 수업을 통해서 나는 요즘, 피규어스케이팅 선수들의 그 자연스러워보이는 자태가 얼마나 대단한 노력의 성과인지를 '알아보는'정도가 되었다.

대전 생활 1년

14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2년 6월부터 대전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대전에 도착한 한 달 동안은 마치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였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대전이 낯설다. 이 낯설음에 ...